0. 지금 듣는 음악은 드라마 청춘시대2 OST. 청춘시대는 2보다 1이 훨씬 흥했고 지금도 1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시즌2 내용이 조금 더 무거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그럼에도 나는 시즌2가 마음에 더 자주 맴돈다. 이 노래가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적으면 스포라서 적을 수가 없다. 아무튼 노래가 내 마음에 퍽 들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잔잔한 노래 별로 안 좋아하는데...이건 좋앙
1. 글의 제목 광장은 최인훈의 소설이다. 갑자기 생각났고 그래서 노트북을 열어 이 글을 써내려간다.
1-1 광장은 국어 교과서와 문제집에 자주 나왔기에 다들 한 번쯤은 읽어봤을 터.
1-2 한미연합훈련 등의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 소설이 생각난 건 절대 아니다.
1-3 답답하고 서글플 때 문학이 생각난다.
1-4 중립국을 외친 이명준을 떠올리면 가슴이 조금 뜨거워진다.
1-4-1 가슴을 뜨거워지게 하는 것들이 참 많아서 다행인데-이육사의 광야에서부터 영화 설국열차의 횃불소년 등-온열감의 전제는 냉기니까-찬 물을 끼얹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2. 불특정 소수만이 보는 이 티스토리에 나의 답답하고 서글픈 근황을 낱낱이 적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자세한 사건 경위는 보통 친한 친구와의 카카오톡으로 혹은 나의 말초신경계로 뻗어나가니까. 이런저런 고민상담들은 나중에 다 약점이 된다는 창과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방패로 늘 요란스러운 세상. (근데 나는 늘 방패를 들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내 등에 칼 꽂을 사람보다는 나를 안아줄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게 된 건 꽤나 최근이지만.)
3.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나열해본다. 곰곰이.
3-1 이분법은 참으로 위험하지만 본능적으로 세상을 양분해보자면 나는 밀실이고 나의 가족은 곧 광장이 된다.
3-2 이명준처럼 바다에 투신자살하려고 쓰는 글도 절대 아니다.
3-2-1 이곳은 유서로 가득 찬 밀실이 아니다.
4. 무언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시궁창의 바늘구멍 하나에 울고 웃는 느낌이라, 아득하게 절망스럽다.
5.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것들 또한 많다. 많다는 것을 알고 나열할 수도 있다.
6. 인정하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것은 무뎌지긴 한다. 세월은 분명 자취를 남긴다. 올해 만난 친구들이랑 제일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목주름이다. 분명 부정적인 현상이지만 피할 수 없다. 목주름처럼 무뎌진 나의 감정은 여전히 껄끄럽다. 비유가 취미이기에 하나 더 해보자면-마치-송곳니에 낀 고기 조각처럼-필연적이고도 더러울 수밖에 없는.
7. 언젠가
엄마의 엄마가 살던 횡성에서
맑은 눈을 가진 소를 봤다.
내 모습이 비칠 정도로 맑았다.
*열 살 때였나?
마른 혀로 자꾸만 입을 닦아내던 모습
지금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한 그 소를 기억-추모-하며
나도 투박한 혀로 고기 조각을 밀어내려고 애쓴다
소를 그린 이중섭
귀를 자른 고흐(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사람이 나오는 그림이 좋고 사람의 피부색이 다양하면 더욱 좋다
*역동적인 그림이 정적인 그림보다 좋다
8. 오늘 아침은 꽤나 완벽했다.
8-1 체중을 재어보니 급찐급빠가 나름대로 순조로웠다(애초에 감량 목표가 크지 않았다. 7월에 빵을 너무 먹어서 불어버린 살만 좀 쳐내고 앞으론 천천히 건강하게 뺄 예정)
8-2 한동안 비슷한 시퀀스를 유지하던 요가원의 토요일 오전 아나하나빈야사가 살짝 수정되었는데 운동하는 느낌이 확 와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콜드플레이의 A Sky Full Of Stars를 들으며 사바사나로 마무리했다.
8-3에 기술할 내용이 없다. 광장 때문에 허탈함을 느끼고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
9. 소원을 하나 꼽자면 나의 심장이 멈출 때 그러니까 내가 죽을 때 나의 자화상에 후회라는 얼룩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또한 그림이 완성상태이길 바란다. '그때 이 물감을 쓸 걸' '그때 그 붓을 버릴 걸' 등의 후회는 죽음 1초 전까지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당연히 지금 뭉툭한 연필로 그리는 밑그림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만큼은 온전하기를.
9-1 위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위성처럼 퍼져있는 버킷리스트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도.. 운이 따라줘야 하겠지.
10. 지금 내가 두 발 딛고 서있는 곳은 광장일까 밀실일까. 광장과 밀실을 나누는 존재는 누구이며, 제3이 아닌 제4의 공간은 없는 것인가. 중립국 또한 누군가에겐 밀실일 수도 광장일 수도 있거늘. 삼자대면이라는 말 그리고 z축처럼 인간에겐 삼차원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분법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삼분법이 아닐까.
10-1 무궁한 인드라망에 박힌 구슬들을 흩는다. 최근 글에서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기억 구슬을 이야기하며 누군가에게 감사했었고 나도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선의지 가득했던 영감을 기억해본다. 기억하지만 무시한다. 오점같이 느껴지는 구슬에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부처가 어디에나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나의 삶은 왜 이런 것인지.
10-2 지금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는데(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수박 담은 봉지 쓰다듬기 급이다) 백문이불여일타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에서부터 아주 사소하거나 아주 막연한 다양한 행위들을 '백문'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기저에 깔린 것은? 怯 혹은 法. 혹은 겁=법. 혹 다음에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나 또한 삼분법에 매몰되었다.
11. 광장의 주인공은 갈매기가 아니라 분명 이명준이다. 고등학생의 교과서에서도 주인공은 이명준 그리고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인간은 본능에서부터 새 따위를 훨씬 열망하지 않았었나.
11-1 새는 광장으로도 밀실으로도 중립국으로도 혹은 제4의 세계로도 이동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출발지는 어디였는가?
11-1-1 자의를 벗어난 영역(이를테면 수정)이후 양수로 가득 찬 샘에서 힘껏 박차고 나온 그 출발지 - 그 출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11-1-1-1 새는 더 나은 출발지에 있는 다른 동료 새를 샘내는가?
11-1-1-1-1 이진법보다 간단하고도 복합적인 셈으로. 계산하면 안 될 것들을 계산하게 되는 출발지가 야속하므로
11-2 아메리칸드림과 디아스포라 문학.
10살 때 방문했던 전쟁기념관에서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의 회색 눈동자.
작년에 방문했던 퓰리처상 사진전에서 이동한 이동되어진(<의도한 이중피동) 수많은 육체와-영혼들. 그럼에도 사진의 관람자와 피사체로 완벽히 나눠진 운명의 인드라망. 내가 사진속 인물이었다면? 에서 시작될 수 있는 선의지로 가득 덧칠한 누리끼리한 구슬. 그 구슬은 사실 수많은 소와 돼지들을 간접적으로 죽인 괴물의 쓸개즙 덩어리일 수도 있다. 아무튼 공익과 봉사의 인드라망에 구겨 넣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며 예술의 전당 근처 맛집을 검색하던 과거
등등이 떠오른다.
12.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지금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경이로움 사이 갓길에서 이만 줄인다.
>21년 8월 14일에 쓰다가 임시저장을 눌러놓고.. 오늘에서야 다시 확인하고 올린다.
저 날 이후로 오늘까지는 기분이 계속 괜찮았다. (주식 빼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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