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중앙에 있는 책상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중!
별마당 도서관 생긴 이후로 여기 자리 비어있는 걸 처음 본다. 자라 가서 옷 열심히 입어보고 카페 가려고 했는데 마침 어떤 분이 짐을 싸서 가시길래 앉았다. 의외의 일.
대학교 5년차 본3의 원대한 꿈 중 하나는 수업을 합법적으로 빠지는 것이었다. 마침 취창업 박람회를 신청하면 서울까지 무료로 버스도 태워주고 유고결석계도 나온다길래 냉큼 신청했다. 창업에도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데 박람회 가보니 내가 생각한 그런 류의 창업보다는 스터디카페, 크로플, 족발, 치킨, 반찬 등등 점주 모집 느낌이었다. 크로플 나눠주시는 거 먹었는데 솔직히 내 친구가 집에서 생지로 구워준 게 훨씬 맛있었다. 아무튼 정말 대충 둘러보고 같이 간 동기 오빠랑 수다나 떨었다... 그래도 이 시간에 서울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정말 행복해~!

***
글을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쉽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핑계다. 열정이 없어서? 맞는 말이다.

사운데오라고, 음원 다운받는 사이트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30일 동안 매일 5개의 곡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게 은근 과제다. 평소 좋아하던 노래 와랄라 다운받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내 생각보다 노래가 더 없다 ;_; 그래도 소중한 하루 5곡의 기회를 날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디깅을...한다........하루는 자느라 날려먹었고 (아악!!) 하루는 음악 동아리 다른 분께 아이디 빌려드려서 ... 10곡 마이너스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디깅해야 한다. 직업이 아니고 취미다. 심지어 재능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싶고 또 지친다. 본3 수업 빡세봤자 본1 때처럼 12시 넘어서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 핑계대지마! 싶으면서도 수업 듣고 운동하면 그냥 자고 싶다. 무섭다 무서워.. 내가 두려워하는 삶 그러니까 별로 보람차지도 가슴이 뛰지도 않는 생계를 위한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눈을 감아야만 하는 라이프사이클을 점점 이해하고 있다.
오늘은 아침 6시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7시에 운동갔다가 준비해서 창업박람회 가려고 했으나 다운받을 노래를 찾느라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가 아니라 오전 8시에 리셋된다) 운동을 가지 못했다. 좌심방은 괜찮다고 하는데 우심방은 메스껍다. 디제잉도 더 잘 하고 싶고 살도 더 빼고 싶고. 둘 다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니까?? 예전엔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면 24시간동안 불운모드였는데 그래도 이젠 금방금방 회복한다. 이러다가 도태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은 주변에 정말 많이 찡찡댔으니까 ~ 이하생략 하겠습니다.
근데 221105 밤에 또 잠들어서 5곡 날림 ㅋ ㅋ ㅋ ㅋ ㅋ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ㅏㅏ아아아아아
***
막간 TMI
2021년에 그랜드마스터클래스를 결제했는데 (이어령 선생님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코로나 때문에 계속 미뤄지고.. 이어령 선생님도 이제 세상에 계시지 않고. 다른 라인업도 많이 바뀌어서 환불 신청을 했으나 대표가 사기쳐서.. 1년 반이 넘은 지금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이 시끄럽다. 잘 알지 못하는 기업이면 무조건 무통장 입금 말고 카드결제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아무튼 돌려받아야 할 돈인데 쫌쫌따리 짜증난다. 지금은 평일에 오프라인으로 형사 고소할 여유가 없고, 고소한다고 해서 돈을 돌려받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오픈채팅만 열심히 보고 있다. 아무튼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하면 0.3정도는 여기에 쓰이니까 정말 삶에 손해인 것이지. ㅠ_ㅠ
***
그동안 내 삶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며칠과 365에서 그 며칠을 제외한 시궁창이었다. 그런데 이젠 좀 시궁창도 덜 시궁창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행복도를 치역으로 갖는 함수를 적분했을 때 최대한 큰 값이 나왔으면 좋겠어서. 하루를 잘 보냈는지 되새기고 있다. (예전엔 '오늘 하루가 어땠지?가 아니라 곧바로 '오늘 내가 못났던 점은 뭐지?'라는 질문을 했다. 아무리 완벽한 하루여도 솔직히 결점이 아예 없을 수가 없다. 나한텐 신발끈이 한 번에 묶이지 않는 것도 결점이고 신호등이 원하는 타이밍에 바뀌지 않는 것도 결점이다. 통제 불가능한 결점과 통제 가능한 결점은 모두 인간을 괴롭게 한다. 통제 가능한 범위를 늘리는 것 또한 능력치고, 능력치 밖의 운도 능력치라고 생각한다. 아 서글프네ㅋ 그만~! )
그러니까 24년만에 처음 내 하루를 제대로 보듬기 시작한 기은이. 하루를 제대로 보냈는지 평가하는 지표는 지구촌 인구 수만큼 가지각색이겠지만 - 요즘은 특히 '하루에 할당된 에너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할당량 즉 하루의 총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인간이니까, 무한하지 않다.
결국 하루를 잘 쓸 수 있는 법은?
1) 에너지의 총량을 늘리기
BY 신체적 AND 심리적 건강 증진.
신체적 역량 증진
운동.. 수술했을 때에 비하면 열심히 하고 있다. 22~23년을 운동싫어 + 물살 그 잡채로 살았기 때문에 한 번에 될 리가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운동하고 샤워하고 좋아하는 바디로션을 바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을 늘려가자고 생각한다. 바프 찍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심리적 역량 증진?
마음의 에너지는 (굳이 또 남들과 비교하자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신경쓸 부분이 참 적었다. 샤이니 최대한 많이 보고, 백일장 나가서 상 많이 받고, 아무래도 예체능에 재주는 없으니 뇌를 잘 쪼물딱 쪼물딱해서 교과서 한 귀퉁이에 이름이나 올려보는 상상하기. 중학교는 공립이어서 돈이 들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는 사립이라 대학교보다는 적지만 돈을 내야 했다. 공식적으로 나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수업료를 마련하려고 교무실에서 잡상인처럼 내 불행을 팔았다. 다행스럽게도 팔려서 돈을 내지 않고 다녔다. 그러니까 난 불행 팔기에 익숙해졌고 불행이 팔리지 않으면 불행 + 1. 작가를 꿈꾸던 그 때가 훨씬 마음이 불안했을 수도 있는데 고등학생의 나는 정말로 글을 통해 어떻게든 세상을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건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으레 갖는 환상 혹은 그 환상이 결과를 낳는다면 떡잎의 선견지명이 될테고. 후자이고 싶다 아니 후자여야 한다 그래야 박복한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공식을, 매실 씨앗이 가득한 명치에 새겨가면서 평화롭고 불운하게 살았다. 물론 생각의 방향은 부정적이었지만 학교 등 사회생활의 영역에서 타인을 괴롭게 하진 않았으므로 그냥 좀 예민했던 청소년으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살!
예전에 한량처럼 요가했을 때에는 '왜 살 안 빠져?'라는 말 할 자격이 없었다. 온몸의 땀샘을 자극하는 아쉬탕가를 매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적절한 빈야사나 코어 근육도 없는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유사필라테스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허기'가 뭔지 처음 깨달을 정도로 전보다 활동량이 늘었는데 그럼에도 평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살이 빠지지 않아.........ㅠ 먹는 것도 참으로 스트레스. 작년엔 진짜 빵만 생각하면 사고 회로가 마비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기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여전히 맛있게 먹어놓고 몇시간 뒤에 음식물이 역류하고, 외식할 때에는 보상심리로 눈 앞에 있는 모든 음식을 먹어치워야 직성이 풀리고, 양을 줄여? 종류를 클린하게? 둘 다 버거워. 햄최몇 했을 때 싸이버거 3개 먹던 나니까 잘 먹는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니까 . 그냥 태어난 이후로 말랐던 순간이 없어서 진짜 살이 빠질지도 모르겠고. 지독한 항상성 때문에 가는 길이 고되겠지만 정말 고된 길만 밟다가 관짝에 들어갈까봐 무섭고. 유튜브에 폭식증 치면 나오는 사람들이랑 나랑 별로 다를 바가 없어. 폭식과 과식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해도 주변에선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너가 뺄 데가 어딨어' 그런 말들을 하곤 하는데 내 인바디 결과를 보고는 너 생각보다 ..ㅎㅎ 이런 반응도 익숙하고.
돈!
매달 오는 등록금 분납 문자, 겨울방학에 갈 해외 배낭 연수 비용, 기숙사에 떨어진다면 마련해야 할 자취 비용, 한의대 본과 3학년으로서 당연한 큰 지출, 청년희망적금(ㅎ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택청약 그리고 조져버린 etf를 포함한 수많은 다이소 종목들
2) 효율을 늘리기.
1)과 분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3) 헛된 시간 최소화하기
시간이 헛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계속 바뀐다.
조금의 귀찮음을 참고 하루를 더 값지고 까다롭게 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선택, 신체의 움직임, 정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냅스에 긴밀하게 축적되어야 한다. 삶은 유한하고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깨달아야 한다.
완성된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버리고
그냥 그날의 기록물 자체를 올리자
'입속의 검은 잎 >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잊을까봐 써보는 (1) | 2023.03.18 |
---|---|
221118 핸드폰 없이 걸어보기 (0) | 2022.11.18 |
밀턴 에릭슨의 심리 치유 수업 (0) | 2022.10.07 |
나름 인터뷰에 진심이었는데 (0) | 2022.10.02 |
죄책감. 그건 한의대에 왔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가 아니라 (0) | 202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