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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검은 잎/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정리

https://youtu.be/wp43OdtAAkM

미뤄오던 것들을 정리할 때가 왔다.

 

 

다들 말한다.

인생이 어떻게 재밌을 수만 있겠냐고.

그런데 이렇게 재미가 없을 거면.. 왜?

 

 

 

곡선을 그려본다.

물고기 같기도 하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기도 하고,

모든 곡선은 물음표를 함축한다.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표

 

 

물음표가 남들보다 많으면 뭐하는가

온점은 찍을 수 없다.

요근래 탈락, 불합격, 아쉽게도, 결과와 상관 없이, 귀하는 소중한 존재 어쩌구..를 많이 겪어서

지친 것도 있겠지만.

내가 하이데거나 헤겔처럼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아닐 확률이 높다.

못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니까.

 

 

세상과 단절됐냐고 물으면

나는 지금 사랑을 주고 있고 받고도 있고

특히 최근 다양한 사람들의 환대와 친절을 경험했고

어제도 그저께에도 고마운 선물을 받았다.

일상에서 즐거움도 있었고 전화위복도 경험했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도 가끔 하고

중꺾마가 뭔지도 알겠는데

내가 지구에서 몇 번째로 애달픈지 계산하는 걸 멈추기가 어렵다.

 

 

자려고 누우면

거울이 보이고

그 옆에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보인다.

재밌게 읽은 책이다.

그런데 톨스토이가 부럽다.

그래서 잘 수가 없다.

 

 

 

 

 

부러움.

 

평범한 인간이 다빈치를 질투한다는 것은 

나비로 태어나 킹콩의 포효를 부러워하는 것이겠지만

3년 동안 맹자와 논어와 시경을 읽어도

마음이 잠잠해지는 것은 정말로 잠시일 뿐

 

 

기형도가 말한 질투는 나의 힘

나는 정녕 사람을 질투하거나 경멸만 하는가

질투의 대상은

누군가가 사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뤄놓은 결과였다.

 

 

칭찬도 질투도 경외도 다 일시적이다.

영원해 보이는 것도 긴 일시에 영혼이 혹해버린 것

 

본4 개강을 앞둔 시점에 이게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적당한 시점은 없었다.

적당하다는 판단도 일시적인 오만이다.

남탓만 하고 세상 불평만 하는 사람

모든 귀책사유를 본인에게 돌리는 사람

다 되지 말라고 한다.

general하게 보자면 난 가까이해서도 닮아서도 안 되는 사람이다.

 

 

 

하루 중 행복한 시간이 많아진 것도 맞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내가 표정이 밝아졌고, 예전보다 여유로워 보인다고 한다.

처음 본 사람은 내가 잘 웃는다고 한다.

입꼬리가 올라간 게 예쁘다는 괴상한 말도 듣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감사하거나 기분이 좋은지 돌이켜보면

누가 억지로 내 입꼬리를 찢는 느낌이 든다.

감사일기를 더 쓰면 훈련이 될까.

 

 

 

예쁘다, 좋아해, 사랑해, 최고야, 고마워

타인의 말로는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다. 

 

2월에는 드디어 '나의 해방일지'를 정주행했다.

추앙에서 환대까지, 결국 가득 채워진 염미정과 구씨.

염미정의 대사 하나하나에 공감이 돼서 재밌게 봤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정말 우린 던져진 존재다.

해방 전의 염미정도 나도, 안 살고 싶어하는 존재다.

구씨가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일하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면?

염미정은 본인이 사랑스럽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공허함

공허해서 폭식하고

공허해서 남한테 지랄하고

공허해서 나를 욕하고

더 자극적인 것만 좇게 된다.

 

 

 

답정너다.

1초 전으로만 돌아가도 바꾸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1초 후는 상상도 하기 싫고 두렵다.

 

 

 

작년부터 여러모로 노력한 것 같은데 잘 안 된다.

더 노력할 힘이 며칠째 생기지 않는다.

열심히 살지는 않았다.

진짜 몰두한 경험도 없다.

번아웃이란 단어를 보면 그걸 자신있게 내뱉는 사람이 부럽다.

난 번아웃될만큼 성취한 것도 없다.스티브잡스도 아닌데 뭘 지쳤다고 하나...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며칠 다시 에너지 넘치겠지만

언제까지 외부에서 기원한 행복이 지속될까?

잃어버린 생후 1년을 찾아서

 

난 스스로 추앙하고, 채워넣고, 응원하고, 해방시킬 힘이 없는 것 같다.

여러가지를 정리하고

진짜 영원을 찾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