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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검은 잎/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시험 공부에 대한 단상... 을 빙자한 푸념 일기

지금은 월요일 중간고사 2일차 ..


토요일에 폐계 보고, 일요일 순삭, 그리고 오늘은 1교시부터 신계-응급-비계-안이비 4과목 달려서! 총 5과목 봤다. 13과목 남음 ㅎㅎ 시험은 역시나 망했구~ 기분도 꿀꿀해서 본과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 (?) 잘 모르겠음.

20210612 - 찡찡글 그리고 징글징글한 OOO (tistory.com)

20210612 - 찡찡글 그리고 징글징글한 OOO

1. 드디어! 9과목 시험이 끝났다... ㅎㅎ 조금만 더 버티면 본2 1학기 끝! 그래도 어느정도 짬 찼다고 아 진짜 유급될것같아 이틀 공부한다 아 이것도 싫어.. 어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naissanceandutopia.tistory.com

본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나 ...



'아 오늘 시험 진짜 잘 봤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오늘은 진짜 못 봤다. 기억력 감퇴, 잡생각 증가, 의지 상실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제일 근본적인 이유는 '기출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이다. 4과목 다 상당히 기출을 탔는데 ㅎr .. . ...기출문제에 대해선 학과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자세하게 적긴 어렵지만, 아무튼 수능 준비하는 고3이 모의고사를 당연히 푸는 느낌이다. =필수라고! 근데 안 함.

중요하니까 직전에 꼭 봐야지 마음을 먹어도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정신 차려보면 늘 시험 4분 전인데 네이버 한자사전으로 한자의 형성 원리 or [획순보기]를 누를 때 나오는 한자 그려지는 애니메이션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나. 시험 끝나고 봐도 되는데 그냥 저런거 보는 게 나름 즐거워서? 그리고 일단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힘이 너무 부족하다. .아ㅏ. .ㅠ


왜일까?



1) 좋아하는 노래 둠칫둠칫 들으면서 여유롭게 1회독 하고 싶음. 문제부터 다짜고짜 푸는 것 거부감 들음.
2) 시험공부 미리 시작하기 싫음.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싶음.
-> 미리 공부했는데 성적이 별로면 자괴감들고 쪽팔려서 (방어기제? 무능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 현타)
-> 미리 시작해봤자 제대로 집중 X , 쫄려야 호르몬도 빠릿빠릿해짐
위 2개의 성향도 공존하기 어렵거니와 여기에 본과 3학년의 특성이 완벽히 충돌하기 때문!


1) 문제부터 푸는 것에 대한 거부감
a 교수님은 무조건 기출이래 -> 아 기출부터 봐야겠다
이게 안 됨. 작년과 유사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 때문에 내 공부 스타일(그래봤자 전날 허버허버지만 아무튼 소중한 n시간이란 말이에욧)을 바꾸기 싫음.

왜? 대학교 이전의 시험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가. 고등학교 내신
짜증났음. 지나고 나니까 괜찮지 당시에도 정말 짜증났음. 작년 글에도 언급했지만 여기에서 방어기제가 생긴듯.

나. 수능 모의고사
괜찮았음.

다. 토익
정말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니 괜찮았음. for 특정 점수만 넘기면 받을 수 있는 교내 장학금
a 하지만 아주 짧게 공부함 (이틀? 7시간..)
b 그리고 특정 점수 넘기는 겸에 900점대를 맞게 되어서 이후에 유용하게 쓴 적 있음
a,b 때문에 가.나와 동등한 위치를 갖기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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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리 시작하기 싫음
-> (무능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 현타)
무능함이 아니라 무능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 기준은 상당히 자주 타인이었다. 내가 날 유능하게 여기는 감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타인이 나를 무능하게 보는가에 대한 여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왔다. 왜일까. 중배엽 시절로 돌아가보자.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보고 싶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무슨 색으로 바를까. 그런 색은 어디서 팔까?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곳도 있다고? 아 이어서 이어서. 계속 상상해보자. 원하는 것? 많다. 바르고 싶은 색이 많아질수록 원하는 미래에 대한 해상도도 높아지고 픽셀마다 가능성과 걱정을 부여해본다. 될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넘볼 수 없는 삶인가? 아니 나같은 건 애초에 등등.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신발 . 아무도 나에게 공부 좀 하라고 혹은 메이플 좀 그만 하라고 말한 적 없어서 나는 밤새도록 사헬지대에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셧다운제 전이었지?) 동시에 어떻게 살면 좋을지 충분히 자주 고민할 수 있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능력과 무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난 뭘 가졌지? 없어 . 큰일이야! 그나마 뭐 한 번 배우면 덜 까먹는 머리, 생각을 표현할 때 나름 잘 굴러가는 사고회로. 한심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압박... 내가 대부분을 한심하게 보거나 그게 아니면 질투만 했음을 잘 보여주는 어구. 능력의 인정과 있는 그대로의 존중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때겠지. 누구에겐 재수가 없고 기만일 수 있으니까 입을 점점 다물어야 했는데. 지구촌 사람들을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이으면 누구나 꼬리칸일 수도 있고 머리칸일 수도 있는 거잖아. 결국 도넛 모양으로, 시작과 끝이 만나는 소시지 무리들. 가공 햄 냄새가 난다. 육질이 반듯반듯 윤기나지만 너무 부드럽고 정갈해서 기시감이 드는 분홍빛 소시지. 뭐가 중요해? 수련 한방병원 그런 목표 아무것도 없고 그냥 노력 대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이 되기 싫었어.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알아? 당장의 학점? 미래 언젠가 터뜨릴 잭팟? 기록하는 사람은 누구며, 우리는 지금 아는 일기가 고작해야 안나의 일기 혹은 승정원 일기. 아비투스 등을 읽으면 금방이라도 상류층이 될 것 같고, 왜 일하는가?를 읽으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업가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코스모스나 사피엔스를 읽으면 어떤데? 상상은 자유. 종이 사이에서 걸어봐.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신발. 그 밑창을 봐.




-> 미리 시작해봤자 제대로 집중 X , 쫄려야 호르몬도 빠릿빠릿해짐



3) 그래서 성적은 왜 필요한데?
성적대와 관계 없이, 성적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일단 한의대에 들어오면 열공파와 저공비행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사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지금도 저렇게 나눌 수 있겠으나... 좀 더 복잡한 문제다. 6년도 참 긴 시간이고, 시험도 4-5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앞뒤로 며칠씩 연장되어 (본1 때에는 3주 내내 봤다..) -> 시험을 보는 주간과 그것을 준비하는 주간을 총 더해보면 , 1년 중 상당히 긴 시간을 차지한다. 잠깐 후다닥 끝내버리는 시험이 아니라는 뜻. 게다가 시험 점수는 평생 남고, 비가역적이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책임지고 오늘을 얼마나 누릴지에서 갈등하기에 딱 좋은 지점이다. 그리고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종국에는 내가 어느 위치인지 알아야 하고 or 알게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타인 그리고 타인과 자아 사이의 다양한 관념을 재배치하기 좋다. 말이 좀 복잡했는데, 우리는 대개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부터 시험을 준비하면서 [타인] [오늘의 나] [미래의 나] 3개의 섬 사이 망망대해에서 서핑을 하는 셈이다. 비도 오고. 물살이 셌다가 없다가 하지. 다프트펑크의 one more time은 묘하다.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면 하는 간절함, 후회, 아쉬움, 그런데 그 기회가 정말 한 번 더 있으면 안도하고 곧 나태해지고. 신체와 정신이 원하는 것과 본능 사이에서는 적분을 아무리 치밀하게 해봐도 결과는 늘 참담하다. 알람을 들을 줄 알았지. 4시간이면 1회독 할 줄 알았지. 지금 보는 기출에서 나올 줄 알았지. 객관식이라며? 이거 범위였어? 등등. 불운한 수학자는 오늘도 실패를 다시 한 번 복기한다.


아 쓰다보니 진짜 우울해서...그만 쓰겠음....



오늘 응급의학 보고 비계내과 시험 보기 전에 3번째 등록금 분납금을 냈다.
이 돈 내서 얻는 것은 현타와 음허조열 노권내상....?
지긋지긋하고 짜증난다.
자소서도 주식도 신경쓰는데 등록금도 내야 하고, 기숙사비도 생각해야 하고, 몇 달 전부터 에르메스 트윌리도 너무 사고싶어ㅋㅋ

구멍 뚫린 독과 같다.


내가 나를 믿고
내가 나에게 친절하면서도
잘못된 점은 계속 고쳐나가고
나의 유능함을 인지하기

경제적 자유니 fire족이니 해서 얻을 수 있는 [자유]도 아니고
코인 대박이니 금수저와 결혼이니 해서 획득할 수 있는 [부]도 아니고
누가 나한테 돈을 준다고 해서 해결될 결핍과 갈망도 아니다

나는 그냥 나로서 더 잘 살아가야 하는데
'일단 하는' 그런 사람이 젤 부럽고..
머리가 좋은 사람도 부럽고.
부러움을 넘어서 여전히 짜증나고
머리 나쁜 무능한 사람처럼 보일까 여전히 무섭다

사실 공부하는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온다고 하는 판단도 다 한계가 있다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진짜 내가 걷게 될 계단인데
나는 왜 낯선 타국에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