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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검은 잎/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생각의 미세융모

오늘은 졸업사진을 찍었다. 이따 갈 곳이 있긴 한데 당장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할 여유가 조금 있다.

요즘은 이런 여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 중이다.

예전엔 예상치 못하게 뜨는 시간에 기꺼워하기보다는 억지로 할 일을 만들어서 갖고 다녔는데 요즘은 빈틈을 [환대]한다.

그리고 나를 친절한 아기 대하듯이 묻는다.

"뭐 하고 싶어 기은아?"

 

 

작년 한창 힘들었던 이맘때에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자는 소중한 다짐을 실천한지 약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나름 잘 하고 있다.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니까 (tistory.com)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니까

5월 28일 pine에서 나의 윤리학에 대해 발표했다. 앞서 2월에는 나의 인생사를 적나라하게 발표했고, 90일이 흐른 뒤에 그간 나름대로 구축해온 윤리관을 내보이게 된 것이다. 이는 내가 계획한 일

renaissanceandutopia.tistory.com

솔직히 말하자면 경조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 근래 기분이 정말 좋다.

좋아도 되는가 무서울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도 일반적인 평균에 미치지는 못 한다.

기분에 평균이 어딨으며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결국 우리가 기분부전을 판단하는 조사 도구도 다 평균에 대한 관념에서 유래한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사실 '너만의' '나만의'이런 말에도 '너'와 '나'를 구분짓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이크업도 받아보고! 

평소 입는 옷보다 비싼 옷도 입었는데(한약 흘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OMG~)

의외로 제일 하고 싶은 행동은 카페에 들어가서 아무 글자나 두드리는 것이었다.

(물론 예쁜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싶고, 애프터눈티도 마시고 싶고, 경복궁도 걷고 싶음!) 

 

 

소설에 진심이던 중학생 때에 비하면 지금 내 열정은 다 타버린 재와 같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쓰는 것이 내 삶의 1순위다.

 

 

미시적으로 보자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고

거시적으로 보자면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인

제일 쉬운 방법은 스피노자와 사과를 떠올리는 것이다. 

내일 지구가 종말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

그러니까 당장 내일 죽는다면 뭘 할지 물어보면 .. 

 

= 마음의 core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열심히 훈련 중이다.

예를 들면 나는 다리가 아프고 피곤한 것을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는데

내 컨디션을 하루에 2번 이상 물어봐주고 있다.

처음엔 미숙해서 컨디션 때문에 약속을 취소한다거나 일정을 미루는 것 자체에 큰 죄책감을 느꼈는데

죄책감의 크기는 시간의 선분에서 얼마든지 커지고 작아질 수 있다.

이 죄책감을 작게 만드는 방법은 오만방자하거나 합리주의자가 되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현재 알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작은 죄책감을 발판삼아서 더 유익한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이다.

 

 

 

저마다의 삶을 보다 떳떳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사물을 떠올려보라.

나에겐 위의 칸트 구절이 그렇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시절에 폭포처럼 쏟아진 멋진 문구...

번역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경탄' '별' '도덕법칙'이 한 번에 어우러지다니 정말로 센세이션!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 누군가에겐 사랑스러운 가족이나 애인이 그 원천이 된다.

요지는 그 원천으로 마음을 휘저으라는 것.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작은 죄책감을 발판삼아서 나는 내 컨디션을 더 잘 조절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예전같으면 컨디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나를 헐뜯느라 며칠을 보냈을텐데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하고 미리 나를 보살피려고 한다.

내가 나를 보살피는 만큼 남도 보살필 수 있다면 (물론 두 속도가 비례해서 자라진 않는다.)

아무도 내게 이기적이라고 욕하지 않을 것을 이제는 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람..?)

 

문장을 계속 파고들자면 파고들 수 있는데

아무튼 긍정적이거나 낙천적인 사람에겐 내재된 '다시 한 번' '오히려 좋아' '이참에'를

나만의 방식으로 다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

 


 

소장에는 작은 융모가 있다.

융모 자체에도 아주아주아주 작은 미세융모가 있어서 표면적을 늘려 소화를 돕는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 욕망을 섬세하게 지각하려면 끝도 없이 지각할 수 있다.

1. 왜?라는 의문을 적절히 던지면서도

2. 의문보다 빠른 속도로 결정을 내리는 연습도 해야 한다.

누구는 이걸 감, 직관, 통찰력 등의 단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나는 아직 적절한 단어를 잘 모르겠다.

 

위의 맥락을 고무밴드처럼 조금 늘이면 매일매일이 마라톤이고 실전이라는 상투적인 문장을 산출할 수 있다.

1분 뒤 뭐하지? 1시간 뒤 뭐하지? 1년 뒤 뭐하지?

mbti j, p로 나눌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왜 하는지가 구체적이고 유익해야 한다.

여유도 쉼도 좋다.

계획 변경도 좋다.

다만 나는 늘 충실하고 견고하고 섬세해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든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떤 활동을 하고 근로소득을 받는지와 관계없이 - 충실하고 견고하고 섬세할 수 있는 능력이 내가 가진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만한 말이지만 어딜 가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한의대를 나와서가 절대 아니다. 한의대에 들어가자마자 한의사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게 될까봐 무서웠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6년은 한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한의사를 안 해도 될 준비에 가까웠다.

 

 

*그 과정이 어떻든 본인이 골라놓고 왜 찡찡이냐고 하면 이건 내가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을 대하는 대처 방식에 기인한다. 선택해놓고 단점 찾기. 태어나놓고 후회하기. 골라놓고 싫어하기. 미안한 사람들이 많네요... 나 자신도 도 원오브뎀

 

 

우리가 가진 흔한 양면성 중 하나는 담보를 갖고 싶으면서도 올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거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몰입하고 싶으면서도 균형있는 삶을 원한다.

20과 80에서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은 점점 40과 60에서도 괴로워하며

마음의 융모세포를 늘려가다보면 51과 49에서도 괴로워하고

49.5와 50.5라도 만들기 위해서 , 그러니까 이분법을 탈출하기 위해서.. 

 


 

 

요즘은 다양한 음악 듣는 것도 좋고~ 믹셋도 압박 없이 틈틈이 짜려고 하고 ~ 특히나 너무너무 싫어하던 유산소에 아주 조~금 흥미를 붙이고 있는 등!  좋아하는 것이 많아졌다.

 

 

호불호와 주관에 대한 짧은 생각도 스쳐간다. 나는 주관이 뚜렷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뭐든지 좋다고 하는 성격은 내가 봐도 아니다. 동시에 상대에게 맞추는 능력이 좀 부족하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한다고 믿었던 것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며 더 세밀하게 구별된다. 좋아했던 이유는 a이며, b는 좋아하지 않았구나. 무조건에서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노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본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때도 많다. 

 

 

좋고 싫다는 단어에는 감정이 있다. 좋아하면 웃음이 난다. 싫어하면 미간이 찌푸려진다. 여기까지는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싫어하면 조금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랬다.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그랬다. 그래서 힘든지도 몰랐다. 원래부터 그런 것을 어찌 느끼겠는가. '원래'가 '당연'이 아님을 알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물과 사람과 '충돌'해야 한다. 충돌 후에 흉터가 남든 훈장이 남든 아무튼 질문하고 대답 듣고 가끔은 추궁하고 추궁한 횟수보다 많이 사과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뭐든 남는다. (이상 사회생활 안 해본 사람의 깨달음ㅋㅋ..ㅋㅋㄷ...ㄷㄷ.. ) 아무튼 본인의 호불호에서 '아픔' '짜증' '번뇌'가 느껴진다면..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다.

 

=> 선호하지 않는 것과 싫어함을 구분하자! 

好를 쓰긴 하지만 기호, 선호라는 단어를 쓰면 괜히 감정이 배제된 느낌이 든다. 언어가 중요한 이유다. 싫어한다고 하면 욕을 해야할 것 같지만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면 욕까지 할 느낌은 아니다. 세상에 선호하지 않는 것들을 쌓아두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싫어하는 것이 많으면 힘들다. 내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제일 자주 듣던 말 중 하나는 '세상에 불만이 많냐' '부정적이다' 이런 말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던 말은 (일다 좋아한다는 동사도 잘 쓰지 않음..ㅋㅋㅋ) '화내봐야 ~ 싫어해봐야~ 나만 손해'라는 문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교훈처럼 하는 말에 반감이 든다면 열심히 파고들어보자. 언어 자체가 과도하게 내포하는 감정상의 측면도 있을 거고 유년시절의 다양한 관념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손해'라는 단어에 좀 취약하다. 내 손해를 남이 판단한다는 그런 문장도 싫었고, 저 문장 자체가 사후처방적 느낌도 들고.. 아무튼 이제는 저 문장이 이해가 된다. 지금 나는 지구의 대부분의 것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선호와 비선호는 더욱 세밀하게 구별하고 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중에서도 뭐를 제일 좋아하는지.... 이건 진짜 저녁 메뉴나 명품백이나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삶의 핵심이다.

 


 

 

생각이 [문장 형태]로 빨라지고 있다.

업로드 버튼만 누르지 않을 뿐

어딘가에 글을 올리는 사람처럼

자꾸 생각을 서술하려고 한다.

 

당장 어제 샤워하면서, 달리면서 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아쉽지만

기록하는 습관을 늘려야 겠다!


사실 오늘도 아쉬운 일이 많았다.

메이크업 샵에서 수정화장품을 놓고 온 것, 이래저래 시간 계산 잘못한 것, 밤에 카페 잘못 고른 것 , 포토부스 찾느라 시간 버린 것 등등... 과거엔 이런걸 메모장에 적어놔야 직성이 풀렸는데, 그러다가 한동안은 그런 행동을 회피하는 억지 연습을 했는데, 요즘은 잘 흘러간다. 나 이래서 아쉽고 서러웠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XX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습관과 노력의 결과가 맞다. 

 

요즘 먹는 한약은 흔히 말하는 할머니..허리와 무릎이 시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먹는 약이다. 매칭된 증상이 귀가 멀고 머리가 핑핑돌고 이런거라 내가 젊을 때에는 안 먹을 약일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뭔가 진짜 하체가 좀 보강되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걷거나 뛸 때 이게 진짜 발이 지면을 박찬다는 느낌이구나 하고 처음 알았다. 나 요슬산연이 맞았나!!!! 태어나서부터 이래서 몰랐던 걸 수도 있다.

 

*요슬산연腰膝酸軟, 腰膝疝軟

한국전통지식포탈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힘이 없어지는 증상임. 

 

 

 

그러니까 나는 날 잘 모른다.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다고 그게 당연한 건 아니다.

위의 문장은 애인 사이에서 싸울 때나 말하는 건줄 알았는데

내가 나와 대화하는 시간에 제일 필요한 문구였다.

 

 

남들은 쉽게 다녀오지 못하는 감정에 가끔 도달할 수 있어서 

어쩌면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구는 상상도 못 할 일을 할 수가 있다.

이건 오늘 자살하지 않고 잠에 드는 core다.

오글거리지만..내가 나중에 뭐 할지 요즘은 좀 기대가 된다.

예전엔 뉴스에 나오는 사람이 되어야만 '기대'라고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내가 날 선호하고 기대한다고 해서 아무도 날 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