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약속이 많고 대화를 통해 느끼는 바도 매우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여 기억이 자꾸 휘발된다.
오늘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짧은 기록 남기기.
불안 걱정 두려움
타고났고(gifted) 타고있으며(riding) 탄다(burn)
그런데 오늘 j와의 대화를 통해 확실히 언어화했다.
우연이지.
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짜고짜는 아니었고 앞에 말과 이어지긴 했다.
‘대화가 왜 어려워?’
‘상대가 나와의 시간을 아까워하고 재미없어 할까봐 불안해요(걱정돼요.두려워요)’
’내 1시간 반 보장해줘! 어쩔 거야.‘
장난임을 알지만 정말 장난일까? 농담 반 진담 반?
그
순간에도 난 섬찟(섬짓이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표준어가 아니라고 한다.)하고 섬뜩했다.
내가 보상할 방법은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단 사과해야 맞는
일인데
그당시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왤까..
내가 진정 미안하지 않았을 수 있고.
어떡해요 보상 못 해요 이런 말을
웅얼거리다가
“님 선택이잖아요“
를 외쳐버렸다. (완전 똑같이 말하진 않았다.)
근래 중 제일 도전적인 말이었다.
너가 나와의 대화를 선택했으니
시간에 대한 아까움도 너 책임이라고 !
락스로 수묵화를 그리는 기분이었다.
심장은 꽤 거칠거칠해서
붓이 튕겨나가기도 한다.
퀴퀴한 판막까지 기어코 들어온 락스물감
나는 먹어본 적도 없는 락스의 맛을
순간 느꼈다.
밑그림
*나와의 시간을 아깝고 재미없어 하는 것까지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는 말도 들었는데 사실 내가 더 가치를 제공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면 확률은 높일 수 있는 거 아닌가 ..
*그래 사실 어릴 때의 내가 남과의 대화를 대개 재미없고 시간 아깝다고 생각해서도 있다.
저녁엔 공교롭게 또다른 J를 만났다
(정씨와 장씨)
미친 대화였다. 평범한 문장인데 쌀밥 기어코 찾아 먹는 한국인의 심정에서 써보면 우린 참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래오래 보려면 난 더치페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J는 다음에 또 봐야 하니까 나를 빚지게 한다며 밥을 샀다.
약속을 처음 잡을 때만 해도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예상은 했지만, 공백과 여유를 처음 시식하는 영유아처럼, 나와의 만남을 결심한 것도 상대의 의지고 능력이며 순수함이고 또 의도이기 때문에
난
홀연히
떳떳해졌다.
자격지심이니 자신감이니
다 스스로 자가 들어간다.
모든게 아깝고 따분했던 (나 스스로도) 나니까
일그러진 배려를 잔뜩 입었지
그래서 j는 나를 ‘착한데 나쁘다’고 했다.
내가 날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들은 날 착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점에서
난 지구가 경멸스럽고 또 한없이 높아보였다
결국 메아리다.
대기권에서 방황하는 언어는 필연적으로 되돌아온다.
사람들은 꽤나 알아서 잘 책임진다
더 적어야 하는데 졸리네
나는 그런데 확실히 떳떳해지고 있다.
내가 나로 태어나고 또 숨쉬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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