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떼운다고 하기엔 조금 고귀하고, 몰두한다고 하기엔 조금 얄팍한 일거리를 찾고 있다면 내가 즐기는 방법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느닷없이 떠오른 단어를 마구잡이로 검색하기.
오늘은 '발아'라는 단어가 자꾸 귀를 깨물었다. 간지럽고 쑤신다.
단어는 항원
내림프액은 꽤 맛깔난 항체
항히스타민제는 국어사전. 흔히 아는 발아 말고 하나 더 나왔다. 발아 2.
난 여기에서 벌써 재밌다. 유의어 나방내기. '-내기'의 수많은 뜻을 탐험할 기회. 돈을 거는 -내기,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내기 등.
오른쪽 한자도 귀엽다. 나방 아. 벌레와 나(아)가 합쳐진 직관적 단어. 얼마 전 지른 맥북 중고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가끔 몇몇 한자는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조금 과민한 날이면 글자에서 체리맛이 날 때도 있고 귤맛이 날 때도 있으며 쌉쌀한 계피맛이 날 때도 있다.
시간을 조금 더 허락한다면 영어사전까지 본다. 발아를 한영사전에 입력하면 제일 많이 뜨는 건 단연 germination.
네이버에 germination을 검색하면
먹음직스러운 체리사탕이 데굴데굴 굴러 다닌다.
발아의 이름(The name of germination)
발아의 이름(The name of germination)_water color, acrylic, gouache, pigment powder, oil on silk lay...
blog.naver.com
이렇게 발견한 그림 하나는 잘 녹지 않는다. 녹아도 34번째 혓바늘은 그 뒷맛을 고이 간직한다.
네이버 서적.
카페 인테리어로 놔두고 싶은 책 하나는 무조건 발견할 수 있다.
64750원을 쓰지 않아도 망고 발아에 대한 책을 어디에 올려둘지 상상할 수 있다. 우드슬랩 테이블로 많이 이용되는 망고나무가 마침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개인적으론 뉴송(뉴질랜드 소나무)을 좋아한다. 후후..
또한 상단에 뜨는 항목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아티스트라 뭐라 적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단순히 그 음악을 듣기 전에 먼저 시도하면 좋을 웰컴푸드
관련된 브런치 글이나
악보를 보며 선율을 상상해보기.
구글에 music score 함께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다.
엄마가 피아노를 팔지만 않았어도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항원 하나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그림과 음악과 책표지나 이것저것
동물의숲 주민처럼 알차게 수집했다
그러다보면 뭔가 할 일이 있는 시간대가 분명 온다.
크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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