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피노자-에티카(2021 08~)

초심이라는 상투적인 단어만 떠오르는데-제목에 오랜 시간을 쏟기는 싫으므로-일단 써보기!

음 올해 딱히 이룬 건 없는데... 그래도 최근 글에서 언급한 면접에서 최종 합격했다.
130명 넘게 지원했다는데 나름 최종 8명에 뽑힌... 히히 >_<

일부분을 가린 이유는 내가 중도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약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매주 에세이를 쓰고, 토요일에 3시간 30분 숙론하는 일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본과 3학년을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기에 조금 무섭긴 하다.

예전의 나였다면 무언가를 제대로 완수하기 이전엔 주변에 절대로 알리진 않았겠지만!
2021년은 걱정과 후회로 덧칠된 아령을 들기보단 그냥 몸 속의 장기들을 기꺼이 꺼내놓는 한 해에 가까웠으므로
합격도 불합격도 포기도 실패도 다 나의 발자국이기에 그냥 기록해보려고 한다.
1)그럼에도 저렇게 가린다는 것은 아직 완벽히 내려놓지는 않았다는 뜻이겠지ㅎㅎ
2)그리고 무언가를 제대로 완수한 적은 거의 없어서 남들에게 꺼낼 이야기는 늘 부족했다


***

괄호가 많고 '것'이 많은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는데
수식어가 많은 글도 좋지 않다는데
글쎄
태생부터 만연체가 너무 좋다.
바로 위에만 봐도 좋다 두 글자만 써도 되는데 자연스럽게 '너무'가 붙는다.

부사 '너무'는 예전엔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였는데 2015년부터 긍정/부정 모두 사용 가능하다(by 국립국어원)
이를 알게 되고 나서 '너무'를 훨씬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물론 원래도 너무를 너무 많이 쓰기는 했다.

' 너 지금 충분히 괜찮은데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중, 고등학생 때에는 여럿 있었다.
당연히 나무늘보가 된 요즘은 저런 말을 듣지 않는다. (=계획 파탄자ㅋㅋㅋㅋㅋ+한의대 패치)

논리가 부족한데 아무튼 요점은, '너무'처럼 살겠다.

<너무>의 입장에서는 한국인의 혀와 국립국어원 모두 지독한 권력자다. 상하관계에서 下를 맡을 수밖에 없어서 슬프겠지만 결국 한층 넓은 곳에서 用하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 갖지 못한 사회성을 가졌기에 살아남았다는 사실과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나답게 살라는 충고는 충돌한다. 파열음이 꽤 크다. 흩어지는 조각에 한 번쯤 베인다면 시소의 정가운데에서 한 쪽을 골라 조금씩 뒷걸음질 친다. 타인의 시선을 적당히 신경 쓰면서 적당히 어울리는 완벽한 인간이란 '마음껏 먹고 살찌지 않는 방법 대공개!'라는 유튜브 썸네일과 비슷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나의 추측 또한 폭력적이고 강제적이다. <너무>는 그냥 우리말 대사전에서 사라지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지 긍정/부정을 나타내는 부사 이상의 자리를 노렸을 수도 있다.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대체 불가능한 강력한 단어가 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어디에나 쓰이는 온점이 부러웠을 수도 있다. <너무>의 소망이 무엇이든, 나의 추측이 무엇이든. 소망하고 규정짓고 추측하는 일은 운명이고 예정되어 있다. 지금 내가 합격하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규정되었고 평가당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올해 정~말 많이 광탈된 자소서들도 A에 비해서 부정적으로 판단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소심한 호모 사피엔스와 안하무인 네안데르탈인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인지하자.
'다른'이 아니라 <제 3의>선택지라면 중립국을 외치는 이명준처럼.. 3분법 안에서 헤엄치는 꼴이겠지.

최근에 차원축소에 대해 배울 일이 있었는데 (정말 얕~~~~~~~~~~~~~~~~~게)
글쎄
저주에 걸리더라도 나는 잉여로운 사람으로 남아야겠다
어떻게 될진 <너무> 모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토픽에 한해서 나의 평가당하기는 성공적으로(성공이라는 단어도 참으로 폭력적이다. 비성공 존재를 전제한다.) 이 났다. 아, ㄲ과 ㅌ 모두 파열음이다.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를 막은 것은 ? 그동안 나의 공기를 막고 있던 것은?
출생, 어쩌면 수정의 순간부터 기울어진 시소 축이려나. ㄲ과 ㅌ 사이에서 위태롭게 낀 ㅡ가 보이는가? 기껏해야 1차원인 시소 위에서 덜덜 떨지 말자. 시소는 확실히 멈추고 있고 나는 시소에서 내려와서 또 다른 축을 찾는다. A라는 세상과 B라는 세상이 과격한 박치기를 하고 또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눈 감지 않는다. 귀 막지 않는다. 목구멍을 벌려 공기를 받아낸다. 그리고 끝내 OOO에도 내가 用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더니.
뫼비우스의 띠 어딘가에서 타자 두드리기는 너무 황홀할 따름이다.

***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다시 읽기가 두렵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는 글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
앞으로 다가올 추락보다 지금껏 올라온 레일이 더 무섭기에.

******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 알기를 게을리하지 말자.
누구나 결점이 있다. 나도 결점이 있다.
결점과 결점의 편 가르기에 조금 더 다치는 집단이 분명 존재하고 나도 다쳐왔다.
이를 잊지 말자.
앞으로의 활동이 나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큰 사고로 나의 영역이 축소당하더라도
시소에서 내려와 멋진 참회록 하나는 쓰고 죽겠다는 막연한 다짐 하나 해본다.

그래도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도넛 먹었거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