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할 일이 분명 있긴 한데 급한 건 하나도 없는, 즉 상당히 한가한 월요일 밤!
내일 아침에 할 일은 있지만 아무튼 당장 꼭 해야 할 일은 없다 희희
[1]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순전히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기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기 위해서 온전히 나의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생각-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까지도
[1] 샐러드가 점점 맛있어진다.
표준체중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샐러드 먹기인데..........
생각보다 맛있다.
아, 포케도 맛있다.
[2]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내가 평균보다 많이 빨리 먹는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요즘은 진지하게 많이 빨리 먹는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아무튼 일차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당연히 다이어트지... 그런데 너무 어렵다. 어려움을 즐기는 타입이 절대 아닌데, 어려움에도 [아직]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뭘까. 많이 빨리 먹는 습관이 지금 나에겐 하나의 특징이나 기호가 아니라 없애야 할 대상임이 확실해졌기 때문.
[3] 단호박을 씹을 땐 단호박만을 생각한다. 눈에는 노란색. 귀에는 조금 텁텁한 소리. 손에는 까끌한 껍질과 촉촉한 내부. 코에는 달달한 냄새. 마지막으로 혀에는 [단호박의 맛]. 다섯 가지를 모두 생각한 다음에 식도로 넘기려고 노력 중이다. 천천히 먹기<라고만 생각하면 절대 천천히 먹을 수 없음ㅠ
[4] 7월에 폭식증을 겪고 맛에 온전히 집중하기라는 매우 추상적인 조언들을 자주 접했다. 마른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유튜버들이 폭식증을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대 배속이 2배속이라는 점과 요즘 대부분의 정보는 줄글이 아니라 유튜브로 전해진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하지 못하면서도 폭식증을 고치기 위해 꾸역꾸역... 10초씩 넘겨본다.
[5] 추상적인 조언들도 쌓이면 힘을 발휘하는지. 나는 맛을 상상하는 과정과 씹는 느낌 그리고 음식이 가득 차서 꺽꺽대는 감정을 사랑(?)했음을 깨닫고 있다.
[6] 굳이 티스토리에 나의 섭식장애를 고백하는 이유? 없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의적이고도 이유없는 행동이 늘어간다는 것.
나이마저도 온전히 집중했었나 하는 자기반성은 덤이다.
[7] 식습관을 고치는 지금 이 순간이 그저 하나의 이벤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진짜 솔직히 실패할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8]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맛있게 먹는다, 진짜 잘 먹는다 등의 말을 원래 자주 듣는데 이제 못 들을 듯 ㅋ아 근데 아쉽진 않다. 충분히 들었따..........................~
[9] 주제를 조금 바꿔보자. 최근에 갔던 뷰 맛집 카페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고 나는 카페에 남아서 온라인 회의를 하고 에티카를 읽었다.
[10]나 철학 개잘해 이런 말 아니라는 것은 에티카 읽어본 사람 아니 위의 사진만 봐도 다 알겠지... 감히 나 따위가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최근에 시작한 모임에 참여하려면 읽어야 하기에 읽는 것인데(내가 선택한 책이 아니란 뜻임) 그래도 읽는 순간만큼은 고요한 섬으로 혼자 떠나는 기분이다. 정말 좋다.
[11] 글쓰기가 공짜 케이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류의 글 읽기는 공짜 땅이다. 더 값지다(?)
공짜 땅에서 공짜 케이크까지 먹으면 누가 부럽겠는가~
이런 류의 글을 깔쌈한 단어로 정의 내리고 싶은데 어렵네. 처음이라서 ㅎㅎ
[11-1] 고등학생 때 이해는 못했지만 아무튼 플라톤의 국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글들이 있다. 이해와는 별개로, 정말 글자 하나하나 핥는 것이 즐겁고 또 맛있는 글.
[12]조금 부끄럽지만 지성개선론(《지성개선론》(知性改善論, 라틴어: Tractatus de Intellectus Emendatione)는 네덜란드의 17세기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유고(遺稿)로 서간(書簡)을 별도로 친다면 스피노자가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유일한 것인데, 극히 짧은 데다가 미완성 작품이다. 《소고(小考)》와 《에티카》의 중간기인 1662년경에 쓰였다. 출처 위키백과)을 읽고 쓴 글의 일부(중간 부분)를 첨부한다.
지성개선론 [30]에서는 무한역행의 불필요함을 역설한다. 행성도 아니고 역행이라!(점성술에 관심이 있어서 역행이라는 글자를 보면 행성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이를테면 수성이 역행할 때에만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그 최선의 방법을 얻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고, 혹은 둘째 방법을 찾기 위해 셋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나는 즐겁고 행복하고 싶다. 나만의 윤리학, 도덕, 건강 형평성, 적당한 수입과 맛있는 음식, 건강한 신체와 휴전 국가가 종전 국가로 바뀌는 것 등등 행복의 조건을 나열하라면 수성에서 지금은 사라진 명칭인 명왕성까지 아득하게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압축하자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여기에서 즐거움은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각적 쾌락과 분명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영원하고 무한한 것에 대한 사랑]이며 [슬픔이 뒤따르지 않는 행복]이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다는 희로애락, 힘든 삶을 딛고 일어나는 자수성가형 인물과 결국 벌을 받는 탐욕스러운 악역이 나오는 권선징악은 공기처럼 퍼져 있다. 여기에 인생사 새옹지마까지 합쳐지면 기쁨도 슬픔도 운명이며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개인의 긍정적, 부정적, 냉소적, 회의적, 낙천적 기질과는 별개로) 필연성이라는 기차에 기쁨이라는 승객이 탑승한다면 무조건 슬픔이라는 탑승객도 있다는 것이다. 즉 행복은 유한하며 인간은 그것을 조절할 수 없다. 거기서 터져 나오는 울음과 웃음에 공감하며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 인간성과 연결되는 느낌인데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이 조금 많이 불편했다. 모래를 씹는 기분이었다. 왜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내 감정 컨트롤하는 것보다, 애당초 천지만물이 [내] 계획대로만 이뤄지면 [내] 감정을 컨트롤해야겠다는 마음을 1초도 가질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역행해왔을지도 모른다.
즐겁고 행복하고 싶었는데(-싶었기에)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탓했다. 자궁을 나선 시점에서 제일 가까운 일은 (중략) 그리고 [지금]에서 제일 가까운 일은 시간표대로 오지 않았던 4호선 지하철 등이 있겠다. 지성 개선론[1]은 두려움의 원인이나 대상이었던 모든 것들은 내 마음이 그들로 인해 동요된 때를 제외하고는 선이나 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당연히 1번부터 읽었으므로 1번만 읽을 때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뒷부분을 읽을수록 나는 1번을 참으로 놓치고 살아왔구나 싶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며 흔들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라는 말들은 참으로 무자비하며-심하게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왔다. 흔들려 본 사람이기에 그런 문구를 써봤겠지만 타인이 타인의 흔들림을 재단할 주제가 되는지. 고르자면 [냉소적] 태도를 택했지만,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싶었지만, 계속 역행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1000101010101010번째 방법에서 머리를 싸맸다.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맥이 빠지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 여기서 일컫는 다음은 순행이라는 방향성과 삶에 대한 애정이라는 크기를 가진 벡터다.
역행했다는 것을 알고,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내가 무한하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으며. 다만 따뜻하게-그 실마리는 지성개선론 [17]에 잘 나와 있다.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삶이겠지만, [치료제]임은 분명하므로 /////후략
[13] 요즘 나의 몸과 마음은 이전보다 건강하지만 여전히 복잡하긴 하다. 나는 누구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이런 류의 복잡함은, 당연히, 아비치의 음악처럼, 인생 전체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동반자고. 그래도 조금 자신이 생겼다면, 나는 나의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해결할 수는 없어도 정밀하게 깎아내고 닦아낼 수 있다. 그럴 힘이 없다면 그럴 힘이 생기도록 잠시 쉼을 선택할 수 있다.
[14] 그리고 나는 결정론자이기도 하면서 FREE WILL을 믿는다.
[15] 최근에 사주를 봤는데 내게 힘든 일이 일어날 시점을 미리 알았다. 사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세운 계획]이 아니라 [처음 보는 아저씨가 세운 계획]이기에. 틀어져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다. 심장에서 멀리 있을수록 남을 탓하고 뇌와 가까울수록 나를 탓한다.
[16] 나는 나에게 곧 힘든 일이 일어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며 즐길 일은 더더욱 아니다. 빗방울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그냥 그렇게 나는 힘든 일을 겪게 된다. 결정되었다. 가을이 다가온다. 상실의 계절이 다가온다. 결정된 상실에 내가 다가간다.
[17] 괜찮다.
[18] 2021년을 곰곰이 곱씹어본다. 온전히 느껴본다. 곱씹음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2021년을 위해서 말이다. 우울과 반성과 후회가 목적이 아니라 나의 과거를 투명하게 지켜보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자.
[19] 후회도 폭식이 가능하다.
[20] 몸무게가 쉽게 줄지 않는 이유는 후회가 차지하는 무게도 꽤 커서일까. 논란이 많고 나도 신뢰하지는 않지만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말이 있다. 21g이 만들어내는 심상은 가볍고 강력하다. 깃털과 같은 후회. 가볍지만 수많은 털이 그득그득.... 지독하게 닮아있다. 프랙탈처럼 말이다.
[21] 애매한 방학을 보내서 지금이 방학인지 학기 중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각가의론 빼고 다른 과목을 단 1초도 듣지 않은 벌을 곧 받게 되겠지... 이번 주 일요일ㅋ
[22] 그럼에도 구름 위를 쏘다니는 개처럼 마음은 둥둥 떠돈다. 이 세상에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구름은 자기 밑의 모든 현상들을 알아서 그렇게 한가하게 지나치는 걸까.
[23] 주절주절 썼는데 그냥 난... 다이어트와 정제탄수화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스물셋.
[24] 그리고 곧 스물넷. 으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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